1. 전환사채란?
사채로 발행되었으나 일정한 기간이 지나면 사채권자의 청구가 있을 때 미리 결정된 조건대로 발행회사의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특약을 지닌 사채를 말한다.
기획재정부와 경제배움e에서 운영하고 있는 시사경제용어사전에 나온 전환사채의 정의입니다. 사채는 뭐고, 사채권자는 뭐고... 어려운 말 때문에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2. 그래서 전환사채가 뭔데?
전환사채는 기업이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하는 사채입니다. 사채는 쉽게 채무관계를 기록해 놓은 증서라고 이해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간단하게 말해 돈이 없는 회사가 투자사로부터 돈을 빌리고, 이것을 나중에 발행회사의 주식으로 갚는 방식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하지만, 전환사채는 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대출만큼 간단하지는 않습니다.
3. 전환사채 발행 조건
우리가 은행에서 돈을 빌릴 때 고려하는 조건은 단 한 가지 입니다. 대출금리가 얼마인가. 하지만 전환사채는 여러가지 발행 조건이 붙습니다. 전환사채 발행 공시를 전부 다 보면 너무 복잡하기 때문에, 꼭 필요한 부분만 가져와서 설명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이번에 참고할 공시는 2020년 12월 23일의 메드팩토라는 회사의 전환사채 발행 공시입니다.
가장 첫 줄에 이번 전환사채가 몇 번째 전환사채인지를 알려주는 회차 정보가 나옵니다. 메드팩토는 전환사채 4회차 발행이네요. 전환사채 발행횟수가 너무 많은 경우에는 회사가 자금 조달을 꾸준히 잘 하지 못했다는 뜻이 되어 투자에 유의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두번째로는 사채의 권면(전자등록)총액 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단어는 어렵지만 그냥 회사가 돈을 얼마나 빌렸는지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메드팩토는 700억을 빌렸네요.
세번째로는 이 회사가 무슨 목적으로 돈을 빌렸는지를 나타내는 자금조달의 목적이 나옵니다. 메드팩토는 운영자금 목적으로 빌렸네요. 자금조달의 목적이 채무상환자금인 경우에는 투자에 주의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다른 곳에서 빌린 돈을 갚지 못해서 또 돈을 빌렸다는 뜻입니다. 돌려막기 중이라는 얘기죠.
4번부터 본격적으로 발행 조건을 나타냅니다. 표면이자율은 1년마다 지급하는 이자를 말하며, 만기이자율은 전환사채를 만기까지 가져갔을 때의 이자율을 말합니다. 메드팩토는 표면이자율 0%로 발행하여 연마다 발생하는 이자 없이 700억이라는 큰 돈을 조달했습니다. 은행에만 넣어둬도 연 3.5% 금리는 받을 수 있을텐데, 이 회사는 만기가 되어도 연 1%만 받는 조건으로 돈을 빌려줬습니다. 회사 입장에서는 은행 대출보다 나은 조건이라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의문이 생깁니다. 투자사는 왜 이렇게 좋은 조건으로 회사에 돈을 빌려주는 거지? 그 이유는 바로 전환사채는 주식으로 전환이 가능한 채권이기 때문입니다.
전환가액은 일반적으로 발행 1개월 평균 주가 또는 1주일 평균 주가를 따라갑니다. 따라서, 메드팩토가 10.2만원 정도할 때, 이 회사의 주식을 약 68.7만 주 정도 받기로 하고 700억을 빌려준 겁니다. 나중에 메드팩토의 주가가 50%가 올라 15만원이 된다면, 이 회사는 350억 정도의 시세 차익을 남길 수 있게 됩니다.
그럼 5만원이 되면 350억을 잃는 거 아니야? 라고 생각하실 분도 있으실 겁니다. 하지만, 투자사들이 주가 하락을 대비해 거는 조건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전환가액의 조정입니다.
메드팩토는 최저 조정가액을 71,336원으로 설정했습니다. 따라서, 메드팩토의 주가가 30% 떨어져도 투자사들은 메드팩토의 주식을 10.2만원이 아닌 약 7.1만 원으로 받을 수 있게 되고 68.6만주가 아닌 100만 주 가량의 주식을 확보할 수 있게 됩니다. 이게 투자사들의 첫번째 안전 장치입니다.
그럼 30% 이상 떨어져서 5만원이 되면 그래도 큰 돈을 잃게 되는 것 아닌가? 이것 또한 그렇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전환사채가 주식으로 전환할"수도" 있는 채권이기 때문입니다. 700억을 빌려준 투자사는 이것을 주식으로 바꾸지 않고 돈으로 받을 수도 있습니다.
메드팩토의 사채만기일은 2024년 1월 15일입니다. 하지만 돈을 빌려준 투자사는 아래와 같이 조기상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조기상환청구권은 우리가 2년짜리 예금을 넣어두고 1년만 지났을 때 깨는 것과 비슷하게 생각하시면 됩니다. 하지만, 기업이 은행처럼 항상 유동자산을 확보하고 있는 것은 아니므로, 특정한 날에만 조기상환을 청구할 수 있도록 계약시에 명시합니다. 메드팩토의 전환사채 만기일은 2024년 01월 15일이지만, 전환사채 발행일로부터 24개월이 지난 2023년 1월 15일 및 그로부터 매 3개월이 되는 날에 조기상환청구 (Put Option) 청구가 가능하도록 명시했습니다.
투자사에 유리한 조건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전환사채 발행 시에는 아래와 같이 매도청구권 (Call Option) 조건이 붙습니다. 매도청구권 (Call Option)은 주식으로 갚기로 했던 돈을 돈으로 갚을 수 있는 권리입니다. 투자사에 너무 많은 주식을 줘버리게 되면 경영권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주가가 너무 올라버린 경우에 싼 돈으로 회사의 주식 수를 늘리기 위해서 사용하기도 합니다. 메드팩토에서는 빌린 돈의 20%는 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도록 설정해뒀습니다.
이렇듯 전환사채는 기업들은 낮은 이자로 자금을 조달하고, 투자사들은 투자의 Risk를 줄이는 서로 윈윈할 수 있는 제도입니다. "사채"라는 이름 때문에 부정적인 느낌이 강하지만 실제로 전환사채의 발행이 향후 주가의 행방을 결정할만큼의 악재는 아닙니다.
위 설명드린 내용 중 표면이자율, 만기이자율, 최저 조정가액, 콜옵션 비율 등은 전환사채 발행 계약시에 결정하는 중요한 내용입니다. 표면이자율, 만기이자율이 높을 수록 회사에 불리한 조건이고, 최저 조정가액은 낮을수록 (심한 경우에 액면가로 설정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회사에 불리한 조건이며, 콜옵션 비율 또한 낮을수록 회사에 불리한 조건입니다. 따라서, 전환사채의 발행자체가 악재라기보다 너무 잦은 발행, 발행 목적이 채무 상환인 경우, 또는 회사에 너무 불리한 조건의 전환사채인 경우에 악재로 작용할 수도 있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전환사채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회사의 자산을 늘리는 또다른 방법인 "유상증자"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주식 기본'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치투자: 주식 시장에서 명품을 찾아가는 전략 (0) | 2023.06.02 |
---|---|
주식분할, 호재일까 악재일까? (0) | 2023.06.02 |
주식 투자를 위한 5가지 핵심 원칙 (0) | 2023.06.02 |
주식 기본 개념 및 투자 방법 (0) | 2023.06.02 |
주식 투자의 기본: 이해해야 할 주요 개념과 접근 방법 (0) | 2023.06.02 |